북송의 문인화가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를 창시하였다. 소상팔경은 중국 호남성 동정호 남쪽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쳐지는 곳의 여덟 곳의 경치를 말한다. 제1경은 산시청람(山市晴嵐), 제2경은 연사모종(煙寺暮鐘), 제3경은 소상야우(瀟湘夜雨), 제4경은 원포귀범(遠浦歸帆), 제5경은 평사낙안(平沙落雁), 제6경은 동정추월(洞庭秋月), 제7경은 어촌낙조(漁村落照), 제8경은 강천모설(江天暮雪)이다.
제5경의 평사낙안은 모래펄에 날아와 앉은 기러기를 말하며, 글씨나 문장이 잘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아름다운 여인의 맵시 따위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나라 원제의 궁녀인 왕소군(王昭君)은 흉노와 화친을 위하여 선우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나라 궁궐을 떠나가는 도중 그녀는 멀리서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고 고향생각에 금(琴)을 연주하자 한 무리의 기러기가 그 소리를 듣고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사람인 왕소군은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낙안미인은 왕소군을 이르는 말이다.
평사낙안 잔은 전형적인 금(金, 1115~1234) 나라의 도자기이다. 흰바탕에 조금 가라앉은 붉은 빛의 테두리를 세줄 두르고 꽃잎에 평사낙안이란 글을 썼다. 그리고 꽃잎과 세줄 사이에는 엷은 초록물감을 칠했다. 잔의 입술부분은 매우 두툼하면서도, 깊지 않고 펼쳐져 있다. 글이나 문장을 짓는 선비가 잠시 명상에 잠길 때 사용하면 좋을 잔이다.
평사낙안 잔 10*3 금대; 1115년~1234년
고려중기의 문인 매호 진화(陳澕)가 <송적의 소상팔경도를 보고> 지은 시
平沙落雁 [평사낙안] 평평한 모래벌에 기러기
秋容漠漠湖波綠 [추용막막호파록] 가을빛은 쓸쓸하고 호수 물은 푸른데
雨後平沙展靑玉 [우후평사전청옥] 비 온 뒤의 모래밭에 푸른 옥을 펼쳤네.
數行翩翩何處雁 [수행편편하처안] 두어 줄 펄펄 나는 어느 곳의 기러긴가
隔江啞扎鳴相逐 [격강아찰명상축] 강을 건너 기럭기럭 울며 서로 쫒는다.
靑山影冷釣磯空 [청산영랭조기공] 푸른 산 그림자 차가워 낚시터 비었고
浙瀝斜風響疏木 [절력사풍향소목] 우수수 비낀 바람 성긴 나무를 울린다.
驚寒不作戛天飛 [경한불작알천비] 추위에 놀랐으나 하늘 높이 날지 않음은
意在蘆花深處宿 [의재로화심처숙] 그것은 갈대꽃 깊은 곳에 잠자려 함일세.
진화(陳澕) 『매호집』의 <송적팔경도> 중 <평사낙안>.
陶居然 書居然 屯屈齋 樵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