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종의 <갈수록>
이훈종의 <갈수록>. 1987
<갈수록>의 둔굴재 삽가기
<갈수록(喝誰錄)>의 저자 이훈종 박사는 1918년 경기도 광주 태생으로 건국대학교 문리대 학장을 역임했다. 한국인 다운 모습으로 당호를 "술샐각(述生閣)"이라 할 만큼 해학과 풍류를 벗하였다. 책의 제목도 날이 '갈수록' 모르게 될 애기들이라 '갈수록'이라 하였으며, 한자를 따라 새기면 추세가 그런걸 '누구를 나무라겠는가?'하는 기록이 된다.
고서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같다. 물론 여러가지의 예외란 것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공식적으로 고서는 1910년 이전의 책을 고서라 한다. 고서를 수집하는 철학은 묻혀있는 보배를 찾아 빛을 보게하는데 성취감이 있다. 횡재하고는 다르다. 부단한 연구 학문과 흙먼지를 털고 고독과 인내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안된다. 식은 국을 데워서 다시 한번 더 맛보는 재미로 고서를 찾는다. 아침에 먹던 국맛 그데로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아침에 먹던 그맛만은 아니다. 파라도 하나 더 썰어 넣어서 새로운 맛을 내는 경우가 좋을 수도 있다.
고서을 수집하다 보니 이런 책도 이제는 고서가 되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2, 30년 된 책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책이 출판되어도 읽지도 않고 폐지공장으로 직행한다. 출판사는 살기위하여 계속 책을 출판하고 폐지 공장도 살기위하여 나오는 즉시로 책을 잡는다. 요사히의 책들은 파리 목숨이다. 그래도 인터넷이란 것이 있어서 수소문해서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물론 이 <갈수록>은 고서라고 할수는 없지만, 파(蔥)를 썰어 넣은 새로운 고서라 부르고 싶다. 이제 저자는 돌아가시고 당시에는 독자들이 시쿤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오늘에서야 이분을 만나 둔굴재 서소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둔굴재나 술생각이나 모두 한문을 음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