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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 김재경의 여사대(如斯臺)

둔굴재 2013. 7. 21. 16:00

□ 여사대(如斯臺)는 비안 옥연동 사천(沙川)에 있다. 지암 김재경은 집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여사대를 경영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여사대에 관한 기록이 없어서 자세하게는 알 수가 없으나,『지암선생김공년보』에 지암의 나이 70세 1910년 봄에 사천바위에 ‘여사대’를 각자하였다고 한다. '여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전고는『논어』 자한편과 헌문편 두 곳에 있다. 자한편에서 공자가 강가에서 말하였다고 천상지탄(川上之嘆)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가는 세월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흘러가는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하였다. 이것은『논어』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화두일 것이다. 유학은 실천행동을 중시하고 ‘움직임’을 본체로 우주를 파악한다. 공자가 제자들과 강가에서 탄식하며 말했듯이 지암도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으리다. 사천(沙川)강 절벽에 여사대가 있으니 서자여사(逝者如斯)의 의미가 아닌가하고 짐작할 수 있다.

 

 헌문편에서는 “자로가 공자에게 군자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가 ‘경으로 자신의 몸을 닦는 것이다‘ 하였다. 자로가 ‘이 같은 것뿐입니까?’하자, ‘자신의 몸을 닦아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다시 ‘이 같은 것뿐입니까?’하고 물으니,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몸을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니, 몸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태평 성대한 요, 순 임금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겼다.’(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 其猶病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암은 제자들을 모아서 가르치는 데 배우는 사람의 자세는 선생에게 부족한 듯이 질문하는 것을 강조한 듯하다. 여사대는 자로가 공자에게 군자가 되는 방법을 질문하니, 부족한 듯이 질문하는 ‘이 같은 것뿐입니까?(如斯而已乎)’하고 두 번이나 거듭 질문하는 것에서 제자들이 본받으라고 이곳의 이름을 여사대라 하였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배워가는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를 기록해 둔다. 철학적인 화두도 좋지만 자로가 공자에게 간절하게 묻는 자세도 후학들이 본받아야하는 자세이다.

 공자의 학습태도는 아래 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不恥下問), 배우는 것이 항상 미치지 못한듯이 한다.(學如不及), 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溫故知新) , 배우는데 싫증내지 않고(學而不壓), 다른 사람 가르치는데 게으르지 않는다(誨人不倦) 이다.

 

 

김재경(金在敬, 1841~1926)의 자는 덕부(德夫), 호는 지암(持庵) 본관은 선산이다. 고려 말의 충신 백암(白巖) 김제(金濟)의 후손이며, 아버지는 효행으로 <속수삼강록>에 오른 독성재(獨醒齋) 김치명이다. 선산의 서호 심규택(沈奎澤, 1812~1871)의 문인이다.

 제자들은 학덕을 기리는 숭덕사(崇德祠)에서 춘추로 향사하고, <지암유고>가 전한다. 문장으로 드러난 제자로는 명암 정휘옥, 정산 김용하, 달원(達源) 신홍(申泓), 부해(頫海) 송홍운(宋鴻雲), 노경재(老耕齋) 김대진(金大鎭), 김기한(金起漢)등이 있다.

 

<속수삼강록> 경북 비안군편. 1909년.

 

<지암유고>에 여사대란 제목으로 시 한편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아마도 학생들은 돌아가고 홀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학문한 것을 생각하며 지었으리라.

 

 

     如斯臺                       여사대

 

     窮居宇內藐然生         사는 것이 궁하니 세상의 삶이 아득하고

     猶對長洲日月明         오히려 모래섬을 바라보니 해와 달이 밝기만하네

     欲識箇中無限理         알고자 하는 가운데 무한한 이치가 있고

    上天無臭又無聲          하늘 위에는 나쁜 소문도 없고 시끄러운 소리도 없네


  한덕련(韓德鍊, 1881~1956)의『송계집』에 여사대에 ‘차운한 시(謹次如斯臺韻)’가 있고 ‘지암선생을 애도한 만시(挽持菴金先生)’에서 ‘여사대 아래 사천강물 다함이 없으니 남은 사람들 교화하여 감격의 눈물 흐르네.(如斯臺下無窮水 化作餘生感淚漣)’하였다. 

 

     謹次如斯臺韻            삼가 여사대 운을 빌려서 시를 짓다.


      如斯臺上一先生        여사대 위에 선생 한분이 계시어

      心志光明眼亦明        뜻하는 마음이 빛나고 안목 또한 밝다네

      望八孜孜猶不息        여든을 바라보는데 부지런히 쉬지를 않고

     沙川日夜古今聲         사천에서 밤낮으로 예나 지금이나 가르침이 있네


     川上微辭啓後生         시내 위 미묘한 말로 후배들 깨닫게 하고

     昏衢千載日星明         어두운 거리에 천년간 해와 별같이 밝구나

     屛山古氣持菴在         병산의 옛 기운 지암에게 있고

     又是住翁去後聲         또한 머물던 늙은이 떠난 후에도 가르침이 있구나


     繞壁淸溪活水生         벼랑을 둘러 맑은 시내에 살아있는 물 생겨나니

     天光雲影一般明         하늘빛과 구름그림자(朱子)는 한번 나아가서 밝구나

     淸沙歷歷長流去         맑은 모래는 분명하게 멀리 흘러가고

     四海前頭萬里聲         사해의 앞에는 만리의 가르침이 있구나


 

                                               김재경의 <지암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