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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河陽)은 물빛고을(?)

둔굴재 2015. 2. 14. 18:23

 하양(河陽)은 신라 때부터 하양이라 하였으며 별칭으로 화성(花城)이라 하여 향토지로『화성지(1933)』가 있다. 북으로는 고을의 진산인 무학산(舞鶴山)과 별에 제사를 지내던 초례산(醮禮山)이 있다. 남으로는 금호강이 아름다운 호수처럼 펼쳐져 있어 땅을 기름지게 한다.

 

 옛날 하양현의 객관은 화성관(花城館)이고 동헌 청금헌(聽琴軒) 동쪽에는 1416년 현감 송을개(宋乙開)가 용벽루(聳碧樓)을 세우니 서거정(徐居正)이 노래하였고, 남쪽에는 채륜(蔡倫)이 1424년 창건한 관서정(觀逝亭)이 있어 관리나 고을백성들이 즐기기에 좋은 곳이었다고 한다. 신축년(1721)에는 겸재 정선(鄭敾)이 현감을 하였는데 금호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진경산수로 남겼을 만도 한데 그런 그림은 아직 보지 못했다.

 금호강을 따라 반야월에서 하양까지는 늪지대로 오래전부터 연을 심었다. 금포 김시성은 물뜸이에 강정이란 정자를 경영하면서 <강정십경>에서 십리길 연꽃을 보고 “늪에 붉은 비단 펼친듯하여 들과 산이 구분이 안된다”고 읊었다.



  대구에서 하양읍내로 가는 입구에는 하양을 ‘물빛고을’이라고 알려 주고 있다. 아마도, 물빛고을은 ‘하양(河陽)’을 번역한 것 같은데 원 의미와는 다르다. 이때의 ‘하(河)’는 물 하로 금호강을 말한다. ‘양(陽)’은 한문 그대로 번역하더라도 볕 양으로 빛 양이 아니다. ‘볕’과 ‘빛’은 같은듯하지만 다르다. ‘볕’은 햇빛으로 말미암은 따뜻하고 맑은 기운을 말하고, ‘빛’은 광선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줄기이다. ‘빛’은 빛 광(光)자가 있다. 광주(光州)의 빛고을이다.

 

하양을 ‘물빛고을’이라하는 것은 문자적인 번역 오류로 지명은 함부로 번역하면 안 된다. 하양의 ‘하(河)’는 본래 황하를 의미하는 글자이지만 여기서는 금호강을 의미한다. 달성 하빈(河濱)이란 지명도 순임금이 천자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황하 물가에서 도자기를 구움에 그릇이 거칠고 이지러지거나 흠이 없었다.(陶於河濱 器不苦寙)”에서 온 것으로 황하를 의미한다. 순임금을 존경하여 작명한 지명으로 물은 물이지만 황하이며 낙동강이다.

‘양(陽)’은『춘추곡량전』의 ‘물은 북쪽이 양이 되고 산은 남쪽이 양이 된다(水北爲陽 山南爲陽)’는 전통적인 법칙이 적용되었다. 물은 음습한 북쪽에서 흘러나오므로 북쪽이 양의 방향이 된다. 그러므로 하양의 의미는 ‘금호강의 북쪽’이란 의미이다. 이때의 기준은 하양현청이므로 현청은 금호강의 북쪽에 있다. 한양(漢陽)도 한강(漢江)의 북쪽이란 뜻이다.

  지명은 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것이다. 좋은 의미를 부여하여 작명하였으므로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땅이 아무리 아름답다하여도 인물을 낳지 않으면 땅은 스스로 아름다워질 수 없다. 서거정의 <하양용벽루>시를 읽으며 하양을 생각하여본다. 

 

望中飛鳥入雲遙。   하늘을 나는 새 구름 속 멀리 들어가는데

樓在虗無揷半霄。   누각은 허무한 반공중에 서 있네

壯節脩篁千玉槊。   장한 절개 긴 대나무는 천 줄기 옥같은 창이요

纖腰弱柳萬金條。   가는 허리 약한 버들은 만 가닥 금실 드리운 듯

晴川句好今安在。   청천(晴川)의 좋은 글귀 지금 어디 있는가

孤鶩才高不用驕。   고목(孤鶩)이라는 높은 재주 자랑할 것 없네

俯仰登臨多少思。   굽어보고 쳐다보면서 생각하노라니

半山飛雨又崇朝。   산허리에 내리는 비 어느듯 또 아침이 되었네


물빛고을 하양(河陽)



삼도수군통제사 김시성의 <금포실기>(1871)와 이간의 <괴암일고>(1919), 하양의 읍지 <화성지>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