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을 ‘잔치다’고 한다. 이때의 ‘치’는 빈잔 치(觶)이다. 술잔을 뜻하는 각(角), 고(觚), 굉(觥), 곡(觳), 상(觴), 치(觶)는 모두 짐승의 뿔로 만들어진 뿔잔이다. ‘치(觶)’란 술잔은 짐승의 뿔를 잘라 만들었기 때문에 안정되지 않아서 바닥에 놓으면 술이 쏟아지게 된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예를 갖추어 받아주지 않으면 술을 따를 수가 없다. 오늘날까지 술을 받을 때는 술잔을 들어서 바르게 받쳐주는 습관이 남아 있다. 이것이 굳어져서 예절이 되었다.
‘상(觴)’은 술을 친 잔이다. 술이 채워진 잔으로 손님에게 권하는 것을 잔질하다 또는 술잔을 남에게 돌린다는 의미로 발전하였다. 빈 술잔을 손님에게 돌리지는 않는다. ‘치(觶)’는 빈 술잔으로 술을 치지 않은 잔이다. 향음주례(鄕飮酒禮)에 쓰는 뿔잔이다. ‘잔치다’는 ‘빈 잔이다’는 의미이다.
『논어』팔일편에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다툴 일이 없는데 활쏘기 시합만은 예외이다. 서로 읍(揖)하고 예를 갖추고서 당에 올라 시합하고, 후에는 내려와서 술을 마시니, 이런 경쟁이 군자의 경쟁이로다.”에서 주자의 주석에 보면 “술잔을 잡고 서서 마신다.(取觶立飮也)”는 내용이 있다. 이때의 ‘치(觶)’는 뿔잔으로 바닥에 놓을 수 없으며 활쏘기에서 이기지 못한 자가 공손하게 술잔을 받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놓고 손님을 청하여 즐기는 생일잔치, 환갑잔치라고 할 때의 ‘잔치’도 ‘잔치(觶)’이다. 마찬가지로 빈 술잔이라는 뜻이다. 음식 중에 최고의 음식은 술이다. 손님맞이하는 잔치에서 술이 빠질 수는 없다.『한서』식화지(食貨志)에서는 “술이 없이는 손님을 맞이하지 않는다(有禮之會 無酒不行)”고 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술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밥은 누구나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고 술은 특별한 손님맞이용 음식이다. 그래서 ‘손 친다’고 한다. 이 말을 풀면 ‘손님에게 빈잔 치(觶)에 술을 따라주어 대접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