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박문서관에서 발행한 이희승 저의 <역대조선문학정화> 표지장정은 김용준(金瑢俊, 1904~1967)이 하였다. 표지는 야간에 행해지는 제향에 음악의 시작과 마침을 알리는 청사초롱 모양 ‘조촉(照燭)’이라는 등을 그렸다. 긴 장대에 붉은 비단 휘장을 둘러 늘어뜨리고, 그 속에 촛불을 켜도록 장치한다. 어두운 밤에 조촉을 사용하는데 지휘자의 섬돌아래에 서서 음악을 시작할 때 지휘자와 동시에 조촉을 들고, 음악을 그칠 때, 지휘자와 동시에 조촉을 내린다.
이희승의 <역대조선문학정화>의 표지에 김용준이 멋진 궁중 제례악에 쓰이는 조촉을 그린 것은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시작과 끝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참 멋진 칭찬이다.
<악학궤범> 아부악기도설(雅部樂器圖說)편에 그림으로 남아있다. 야간 음악연주에 이 멋진 등을 밝히고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은 굉장히 장중하고 엄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날도 이런 은근한 마음이 담긴 그림을 그려준다면 두고두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또 고택음악제를 할 때 이런 조촉을 행사장 입구에 몇 개 밝혀둔다면 한옥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을 해 본다.
<역대조선문학정화> 이희승저, 박문서관, 1948
<악학궤범> 아부악기도설(雅部樂器圖說)편 조촉(照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