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촌선생실기(梧村先生實記)』 萬曆21年(1593)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길을 걸어간다.
만력 21년 계사(1593) 선생 16세 6월, 부모님을 모시고 피난하여 우산(牛山)에 들어가다.
적이 이미 진양성을 함락하였을 때이니 병사를 이끌고 이웃고을을 노략질하였다. 산음에 이르러서는 살육당한 자가 무수히 많았다. 23일 선생은 초당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홀연히 까마귀 한 마리가 처마 끝에서 울어 놀라 깨어 나가보니, 적군 천여 명이 이미 마을에 닥쳤다. 공은 급히 방으로 들어가 막내 동생 진해를 등에 업고 좌우로 부모님을 부축하고 갔다. 첫째 아우 천해와 둘째 아우 운해는 나이가 모두 10여세였다. 불러서 속히 따라오게 하고 우산에 들어가서 돌아보니 두 아우가 이르지 않았다. 돌아가 그 종적을 찾아보았는데 돌 위에 써진 글자를 보고 적에게 잡혀간 것을 알았다.
가승에 이르기를 천해는 나이 13세, 운해는 10세로서 용모가 출중하고 문장에 능하며 글을 잘 썼다. 포로로 잡히게 되자 붓으로 바위에 글씨 쓰기를 ‘천운해활사별생리(天雲海闊死別生離)’라 하였다.
二十一年癸巳先生十六歲 六月奉父母避難入牛山
時歲已陷晉陽城 引兵分鈔傍縣 至山陰鹵殺無數 二十三日 先生在草堂假寐 忽有一烏鳴于簷端 驚覺而出視之 則賊千餘人 已迫村落矣 先生 忙迫入室 背負末弟進海 左右腋挾 父母而去 仲弟天海 叔弟雲海 時年亦皆十餘歲 呼使速隨之 旣入牛山顧 二弟不至 反而訪其蹤見 石上有題字 知其爲賊所俘. 家乘云 天海時年十三 雲海十歲 狀貌奇偉 能文善書 及被俘 揮筆識石曰 天雲海闊死別生離
- 『梧村先生實記』 卷2. 年譜. 萬曆21年 -
홍성해 <오촌선생실기> 1923. <임진왜란 조선포로의 기억> 국립진주박물관. 2010.
<오촌선생실기> 의 '만력 21년 계사(1593) 선생 16세 6월'
용산서당 전경
<산청군지>.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