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 옥조편과 『소학』 명륜편에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자식을 부를 때에는 자식은 유(唯)할 뿐 낙(諾)해서는 안 된다. 만일 손에 일을 잡고 있을 때에는 일을 내던지고, 식사 중일 때에는 음식을 뱉고 간다. 그때 급히 달려가야 하며 종종걸음으로 가서는 안 된다. 또 어버이가 늙으면 외출한 후 목적지를 바꾸지 않고, 돌아오는 시간이 늦지 않도록 한다. 또 어버이가 병으로 앓고 있는 동안은 자식은 얼굴에 우수의 빛을 떠나지 않는다. 이상은 효자가 항상 마음 속에 지니고 있어야 할 소략한 예절이다.”하였다.
이 문장의 마지막에서 “이것이 효자의 소략한 예절이다(此孝子之疏節也)”하였다. 여기서 예절(節)이 오늘날 한국 사람이 대답으로 사용하는 ‘예(禮)’이다. ‘예’는 대답하는 예(禮)에 맞게 대답하는 것이다. 효자는 부모를 섬기는 아들을 이르는 말로 축문에 ‘효자감소고우(孝子敢昭告于)’의 효자는 맏아들이란 뜻이며 차자가 제사를 받들 때에는 ‘차자하모감소고우(次子何某敢昭告于)’라 한다.
한문에서 어버이가 부를 때 대답하는 글자로 ‘유(唯)’와 ‘낙(諾)’이 있는데 ‘유’는 공손하게 대답하는 것이며, ‘낙’은 느리면서 마지못해 대답하는 것이다. ‘유’는 ‘락’보다 빨리 대답하는 것이다. 『예기』에서는 ‘유’와 ‘락’라 하였지만 한국의 일상적 언어생활에서는 ‘예’로 대답한다. 선생과 어버이의 말씀에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걸음걸이도 ‘주(走)’와 ‘추(趨)’가 있는데 ‘주’가 ‘추’보다 빠른 것이다. 아버지가 부르면 빨리 달려가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여러 사람 앞에서 지켜야 할 예의로 “옷자락을 걷어잡고 종종걸음으로 한쪽 구석에 가서 앉으며, 대답을 하는 것으로 반드시 삼가야 한다.”하였다.
『예기』 내칙에서도 “부모나 시부모가 계신 곳에 있을 때에 부모가 어떤 명령이 있으면 즉시 예하고 공손히 응대한다.”고 하였다. ‘응’은 움직이기는 하는데 대답은 하지 않은 것이고 ‘유’는 빠르게 대답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어른에게는 응유경대(應唯敬對)라 하여 빠르게 대답하고 움직이며 공경하여야 한다. 지금 윗사람에게는 ‘예’하고 대답하는 것은 예절의 예(禮)이고, 동료 간에 대답하는 ‘응’은 응대(應對)의 응(應)이다. 서울 경기지방에서 ‘네’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예(禮)’의 비속어이다. 제자들은 물 뿌리고 청소하며 응대하고 진퇴하는 예절(掃灑應對進退)에 익숙하여야 한다.
어버이의 부름에는 빠른 대답(唯)하고 ‘예(禮)’로써 대답하여야 한다. ‘예’는 ‘반드시 예(禮)를 다 한다’는 뜻이다. 어버이는 ‘예’로써 높이기 때문에 ‘예’라 대답하는 것은 높임말이 된다. 공자는 대화할 때는 조급함[躁], 숨김[隱] ,장님[瞽]의 세 가지 허물(三愆)이 있다하였다. “말이 미치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을 조급함[躁]이라 하고, 말이 미쳤는데 말하지 않는 것을 숨김[隱]이라 하고, 안색을 보지 않고 말하는 것을 장님[瞽]이라 말한다.”하였다. 스승을 섬기고 부형을 모시는 데는 예를 가지고 한다. 『예기』 곡례에 “어른이 언급하지 않으면 다른 말을 꺼내어 어른의 말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곧 “말이 미치지 않았는데 말하는 조급함[躁]”이다. 또 “선생이 그와 더불어 말씀하시거든 대답하고, 말씀하시지 않거든 빠른 걸음으로 물러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곧 말씀이 미쳤는데 말하지 않는 것을 숨김[隱]”이다. 또 “앉기를 반드시 편안히 하며, 네 안색을 바르게 하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곧 “안색을 보지 않고 말하는 장님[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