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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변白髮辨

둔굴재 2009. 8. 24. 20:32

  백발변(白髮辨)

  사람의 나이 오십을 공자는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였다. 하늘이 명한 바를 알아 순리에 맞게 산다는 뜻이다. 또 다르게는 애년(艾年)이라고도 하는데 이때에 터럭이 창백하여 쑥과 같은 빛이 된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옛날에는 마흔의 나이를 초로(初老)라하고 오십을 중노인 육십은 상노인 칠십은 고희(古稀)라 하였다. 오십이 되면 노쇠하기 시작하니 양식을 젊은 사람과 달리하며 집안에서 지팡이를 짚을 수가 있고, 노력을 제공하는 부역에 나가지 않고, 대부의 작위를 받아 향교에서 양로(養老)의 예를 행한다.

  나는 일찍이 머리가 희어서 친구들로 부터 '백두(白頭)'라는 별호(別號)도 들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싫지는 않았다. 친구들이 연장자로 대접하는 걸로 알고 웃었다. 오랜 직장 생활로 자의 타의 간에 염색을 하여 다른 사람들 하여금 ‘나는 검은 머리입니다.’하고 속여 왔다. 세상 사람들은 잘도 속아서 검은 머리의 나만을 기억하고 있다. 본바탕인 근본을 보여주며 살고 싶어 이젠 염색하지 않는다.그러니 분명 어른 대접은 받는다. 길가는 사람에게는 길을 양보(行者讓路)하고 버스에서는 자리를  양보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어른 공경하는 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속담에 ‘머리가 희도록 서로 만나도 낯선 사람 같고, 초면 인사만 나누어도 옛 친구 같다. (白頭如新 傾蓋如舊)’는 말이 있다. 머리가 희니 세상 사람이 모두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 같고 경계심이 풀어 졌다. 백발의 사람치고 나쁜 사람없다. 인생을 먼저 깨달아 마음이 순하여 지며 살아 온 만큼의 훈장이다. 노인은 발효 된 청춘이다.

 그래서 <성경> 잠언에서는 ‘백발(白髮)은 영화(榮華)의 면류관(冕旒冠)이라. 의(義)로운 길에서 얻으리라.’하였고, 시인 이은상은 백두(白頭)의 나이에 불타는 정염을 백두옹(白頭翁)을 통하여 아래와 같이 읊었다.

 

 

     겉보고 늙었다 마오. 마음 속은 붉은 것을

     해마다 봄바람에 타는 안을 끄지 못해

    수심에 숙이신 고개 어느 분이 알리오

 

                                                둔굴재  영굴(營窟)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