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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이 없는 것의 쓰임( 無用之用)

둔굴재 2009. 8. 26. 12:44

 북은 본래 단순한 타악기이다.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의 각 음계가 나누어진 음악의 소리을 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악기를 연주 할 때 적시에 북이 울려 연주 전체의 조화를 이루게하는 효과를 낸다. 물은 색이 없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색의 기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의 무색이 바탕을 이루어야만 오색의 색채가 명료해지는 것이며, 학문은 조정의 사도(司徒), 사마(司馬), 사공(司空), 사사(司士), 사구(司寇)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학문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를 할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스승은 참최(斬衰), 재최(齊衰), 대공(大功), 소공(小功), 시마복(緦麻服)의 친족 속에는 들어가지 않으나,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는 오복(五服)과 친할수 없는 것이다. 이들  네 가지 일은 모두 어떤 존재의 무용(無用)한 것 같으면서도 유용(有用)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군자가 말하기를 큰 인물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없고, 대학자에게는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며, 신의가 두터운 사람은 서약을 하지 않으며,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서는 현상의 동일성이 유지 되지만 비교적 긴 시간 동안에서는 현상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러므로 인간의 주관에 있어서 긴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상의 네가지   예의 뜻을 밝힘으로써 군자는 학문의 근본을 굳건히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오를 하게 될 것이다. 하은주 삼대의 왕들은 물을 제사지냄에 있어서 먼저 강을 제사지내고 그 뒤에 바다를 제사지냄은 강은 바다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먼저 제사 지내고 바다는 나중이 되었다. 이는 한쪽이 근원이 되고 다른 쪽은 집적(集積)이기 때문이며, 이 제사 방법이야말로 근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 하겠다.

  <도덕경>에는 그릇은 가운데가 비어 있을 때에만 밥을 담을 수 있다. 만일 이것이 속이 꽉 들어 찬 진흙덩어리 라면 밥을 담을 수 없다. 또 집을 지을 때 사면으로 둘러싸인 빈 공간이어야만 문과 창을 달 수 있고 사람이 그 안에서 살 수가 있다. 만일 벽돌과 목재로 촘촘히 쌓아올려 그 안을 꽉차게 만든다면 그것은 더 이상 집으로 사용할 수 없다.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에서 더 나아가 유용(有用)은 무용(無用)에 미치지 못함을 강조했다. 소용없는 것일수록 자기 자신을 더 잘 보전할 수 있다. 산의 나무는 스스로 베임을 자초하고 기름불은 스스로를 태워버린다. 계수나무는 먹을수 있기에 사람들이 베어가고 옻나무는 그 즙이 쓸모가 있기에 껍질이 벗겨진다. 세상사람들은 유용한 것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한 것의 쓰임은 알지 못한다.